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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 읽기

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23년 8월 현재 구독자 22.6만명인 '리틀타네의 슬기로운 생활'을 운영하고 있는 리틀타네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귀촌 혹은, 적어도 오도이촌은 가능한 전원 속 세컨 하우스를 꿈꾸는 저에게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었어요. 30대 미혼 여성 작가님의 귀촌 생활은 물론,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어요.

난 더 이상 타인에게 나를 증명하는 데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살다가 나가떨어져 굴러들어 온 곳이 여기, 시골집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었다 (6쪽)

여전히 내게는 확고한 청사진도, 뚜렷한 삶의 목표도 없다. 확실히 아는 건, 그저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 마음이 이끄는 대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내려놓고 어떤 비교 판단도 없이. 이제 나는 스스로를 찾는 여정에 오르려고 한다. 인생은 길고, 어차피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니까 (24쪽)

 

작가님의 시골집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대중교통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대지 300평, 건평 28평의 돔 형태의 집이라고 해요.

사실 이 집은 누구나 원할 만한 집도 아니며 장점만큼 단점도 많은 곳이다. 하지만 나는 만족한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으니까. 서울에서의 생활이 내게 편리함을 주었다면, 시골에서의 생활은 내게 여유를 선물해줬다. 사는 데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은 됐다 (41쪽)

"어휴, 난 돈 줘도 저렇게 못 살아!" 언젠가 들었던 한마디... 달리 설명할 방법은 없지만, 남들 눈에는 답답하고 불편한 일상이 내게는 구원이었다는 걸, 이제 나는 안다. 그저 지금의 나는 매일 아침 밖으로 나가 밤새 야채가 얼마나 자랐는지, 꽃은 싹을 틔웠는지 확인한다. 손길이 필요한 집 안 곳곳에 손을 내어주며 오늘을 충실히 살아간다. 손수 가꿔나가는 인생은 할 일이 태산이라 '나'라는 인간에게 화를 낼 틈이 없다 (67쪽)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는 말도 있고 비슷한 제목의 영화도 있죠. "흐르는 강물처럼"

돌아보면, 저는 부딪히고 돌파하고 버티고 견디는 삶을 선택의 기회 조차없이 살아왔던 것 같아요. '궂이 그랬어야 했을까' 물어봅니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우리에게 주어진 건 지금 이 순간뿐이라는 걸. 그걸 알면서도 우리는 늘 자신의 생이 영원할 것처럼 산다. 내일의 행복 같은 건, 누구도 보장받을 수 없음에도 (148쪽)

 

나는 아무 것도 없으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 남아야 나의 존재가 증명되니까...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래서 제가 무엇을 얻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행복했을까요. 유한한 삶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 과정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는데 왜 그랬을까...

이제는 돌파하려거나 버티려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순간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냥 잘 또는 대충 사는 걸 해보렵니다.

그 끝이 가깝든 멀든 모든 인생에는 끝이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에도 충분치 않다. 그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안주하려 하는 것 같다. 인생의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거스르며, 자꾸만 제자리에 고여 있길 고집하는 것이다. 행여라도 원래 가진 것보다 못한 것이 쥐어지진 않을까, 손해를 보진 않을까. 변화는 귀찮고 두렵기에 무수한 핑계를 대며 한 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난 지금 시골에 산다. 이렇게 일상을 보내며, 이 공간에 애정을 쏟고 있지만 또 다른 변화의 시기가 온다면 나는 그것을 주저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지난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기에, 열심히 살아냈다면 그 다음은 새로운 걸음을 옮길 차례라고 생각한다. 손에 쥐고있는 것을 놓아야만 새로운 것이 손에 주어질 테니 말이다 (78쪽)

 

시골생활에 익숙해 지던 어느날, 전 직장 사장님의 달콤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다고 해요.

결국 나는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했다. 인생을 살다 보니, 그때는 맞던 것이 지금은 틀리기도 하다. 나 역시 한때는 내 모든 것을 걸 만큼 돈이 중요했지만, 이제 그보다는 나와 내 삶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안다. 내게 중요한 건 이제 돈이 아닌 주체적이면서 자유로운 삶, 아쉬울지언정 후회 없는 삶이다. 그것이 세상에서 정해주는 성공의 궤도에서 조금 벗어난다 하더라도 말이다. 꿈꾸는 삶을 살려고 할 때마다 신발 안의 작은 돌멩이가 되어, 날 불편하게 하고 발걸음을 쉬이 옮기지 못하게 한다. 나 또한 그 순간에 놓일 때마다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엔 늘 신발을 벗어 돌멩이를 털어내는 쪽을 택했던 것 같다. 어려운 순간을 직면할 때마다, 우리는 그저 마음속 작은 돌멩이를 털어내고 자신의 길을 가면 그뿐인 것이다. 충분히 강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의 인생은 설계되어 있다 (149쪽)

 

작가님도 인간관계가 쉽지 않다고 해요. 동네 어르신들과 가벼운 목례 정도의 관계가 가장 좋지만 문득 사람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고 합니다. 도시의 지인, 친구들과의 만남과 대화가 감사하고 즐겁지만 마지막엔 집이 그리워진다고... 저랑 증세가 흡사합니다 ㅎㅎ

평생 함께할 만한 이는 드물다.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상하고 유별나니까.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면, 그건 되레 내가 불편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제멋대로 생긴 퍼즐들 사이에서 무엇이 올바른 모양새인지 재고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어느 정도는 마음을 내려놓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모두와 어울릴 수 있었던 단순하고 순수한 어린 시절처럼. 그러면 최소한 조화로운 삶은 가능하지 않을까? 가까이 다가오는 이들에게 친구는 아니더라도 친절한 사람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혼자 와서 혼자 가는 인생,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목표가 아닐까 싶다 (157쪽)

그런데... 저는 어린 시절에도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어려웠던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인생의 정체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누군가는 방황을 하고, 누군가는 자기계발을 하며, 누군가는 취미 활동을 하고 누군가는 덕질을 한다. 이런 시기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면 어떠냐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때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 하고 싶다. 인생은 길고, 언제 변곡점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마냥 딴짓도 해보고, 개인적인 성취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걸 사랑해보기도 하는거다. 쉬어가는 구간에 자신의 삶에서 한발 떨어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인생 뭐 있어? 성급한 사람의 것이나 느긋한 사람의 것이나 인생은 죄 똑같은 속도로 흘러가기 마련인데 (175쪽)

대학시절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왕왕 이런 말을 해요. "당시 너보다 바쁘게 사는 대학생을 본 적이 없다"고. "망해서 이사간 집이 멀어서, 다니는 것만으로 바빴다"고 준비된 답을 하지만 그때부터 저는 늘 Benefit Cost simulation을 일상에서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의 저는 노을, 꽃, 향기, 감동, 글, 걷기, 사람들의 생각과 슬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소위 '무용(無用)한 것들'에 마음이 쓰입니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내용인데요, 작가님은 초등학생 시절, 어머니 영향으로 비건이 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어머니의 강요가 아닌, 불편은 했지만 자발적인 납득으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셨어요.

행복하고 싶으니까 다른 생명의 행복도 존중한다. 세상의 모든 동물들에게는 그들만의 존재 이유가 있다. 흑인이 백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고, 여자가 남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듯, 동물도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행동과 생활 방식에 의해 초래된다면, 나 또한 평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 평화는 그저 바란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바람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의미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이란 걸, 나는 그때 알았다 (182쪽)

 

최근 뉴스를 보면 지구온난화로 충격적인 재난 소식이 넘쳐 납니다. 과도한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과 멸종 동식물로 인한 생태계 파괴. 거기에 더해 인간이 인간을 짐승의 방식으로 대하는 테러와 전쟁은 지구 종말의 전조가 아닐 수 없는데요.

머리로만 아는 건 지식으로 끝나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건 삶을 바꾼다. 사람들은 동물 보호와 환경 보호에 여러가지 이유를 붙인다.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해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것이 참으로 궁색하게 느껴진다. 사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저 그들을 사랑하는 것일지 모른다. 사랑한다면 그들이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도록 지켜볼 것이고, 존중한다면 그들의 삶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을 대하듯,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대하듯, 자연과 그 안의 모든 생명체들을 대한다면, 이 세상에 더 이상의 위기는 없을 것이다 (188쪽)

 

시골로 내려가는 작가님에게, 시골 생활을 만족스럽게 하고 있는 작가님에게 주변 사람들은 늘 염려 담은 조언을 한답니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니야, 신중하게 생각해", 지금 한창 나이인데 시골에 있으면 어떡해" 등등.

저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 역시 스스로에게 비슷한 취지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스스로의 시간을 책임져야 하는 날을 맞이한다. 자신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때, 비로소 진정한 인생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 정해주는 대로 살아가던 내게 이곳에서의 시간이 주체적인 삶을 향한 전환점이길 바란다 (205쪽)

사람들은 내가 하기 싫은 일에 대해선 지금이 적기라고 했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했다 (209쪽)

나는 나 자신의 가치를 내면으로부터 일궈내기로 했다. 내가 살아온 시간만큼의 가치를 하는 사람이 되고자 마음 먹은 것이다. 지금의 난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이해한다. 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됐다 (210쪽)

'만약에'라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나는 그것을 끝내 붙잡았던 것 같다. 결과는 나조차 알 수 없지만, 괜찮다. 용기를 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용기의 기록이 쌓일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깊어진다. 인생을 겁내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난 오늘도 한발 앞으로 나아간다. 누구와도 다르게, 누구보다 느리게. 세상이 살라는 대로 살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나는 썩 잘 살아가고 있다 (245쪽)

 

성숙한 사람은 시간이 갈 수록 더욱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고 해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기 때문이죠. 성숙한 사람은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여유가 있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도 '혼자서로도 온전히 존재하는 인간'이 되기 위해, '품위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돈을 벌겠다고 시작한 일은 때로 손해를 불렀고, 수입과 상관없이 하던 일은 의외의 행운을 불러오기도 했다. 남들이 하고자 하는 일들은 모두가 원했기에 그로부터 많은 걸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남들이 무시하고 회피하는 일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기에 비로소 내게 기회가 되었다. 사람들은 귀촌 생활이 지속될 수 없다고 했지만, 귀촌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일들 덕분에 나는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인생이 미지의 것인 만큼 무엇이 나를 인도할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결코 알 수 없었다 (226쪽)

사람들은 여전히 묻는답니다. 시골로 이사온 걸 후회하지 않느냐고, 덜컥 사버린 집이 짐처럼 느껴지진 않냐고.

어느새 3년의 시간을 시골에서 보낸 내 대답은 여전히 '아니오'다. 식물들을 키우다 보면 적합한 땅에 심었을 때, 비로소 뿌리를 내리고 번성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사람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와 맞는 땅 위에선 어떤 시련과 장애도 나를 더 단단히 하는 자양분이 된다 (232쪽)

 

https://www.youtube.com/@littlet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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